부산·LA 한곳에…상품 100개·디자인 요소 곳곳에 '구경재미'성수·해운대 이어 3번째 소셜라이징…MZ세대에 '쉼은 시몬스' 각인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부촌의 막다른 골목 공사판 앞에 미국 영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가게가 눈길을 끌었다. 근대 미국의 푸줏간처럼 꾸며진 이곳에선 우유곽에 든 쌀, 삼겹살 디자인의 수세미, 햄버거 박스에 든 메모지를 판매 중이다. 최근 보기 힘든 롤러 스케이트도 리유저블(재사용) 보랭 백에 담아서 팔고 있다. 상품을 파는 종업원은 앞치마에 고무장갑까지, 정육사처럼 차려입었다.2층으로 올라서자 부산 해운대 맛집 '버거샵'이 그대로 재현됐다. 부산에서 공수한 포장과 간판, 식탁까지 층계를 두고 시간 여행을 온 듯 했다. 한켠에는 해변가에 마련된 듯한 농구장도 설치됐다. 3층으로 올라가자 또다시 공간 이동, 미국 캘리포니아가 펼쳐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촬영한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반복 재생 중이다. 강렬한 색채를 담은 '숏츠'(Shorts) 영상이 반복돼 나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곳은 소품전문점도, 식음료업체도, 미술관도 아니다. 침대를 만들고 판매하는 시몬스가 꾸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이다. 이 공간은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메트리스와 프레임 등 침대는커녕 베개나 이불같은 침구류를 연상시키는 제품도 없다. 현장 소개를 맡은 김성준 시몬스 전략기획부문 상무는 "판매 중인 상품 100여개에 포스터, 벽면 인쇄물 등 공간 디자인까지 포함하면 약 200개 넘는 디자인으로 꾸민 공간"이라며 "'쉼'과 '멍 때리기'의 총체(總體)"라고 이곳을 소개했다.침대 전문점인 시몬스가 이같은 팝업 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 미국본사 150주년을 기념해 성동구 성수동에 연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었고, 지난해엔 부산 해운대 해리단길에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로 규모와 지역을 확장했다. 이번 청담동 매장은 종전 규모를 2배 이상 키워 500㎡ 규모로 꾸렸다.주 방문객은 MZ(밀레니얼·Z)세대다. 인증사진을 즐기는 세대 특성상 공개 보름 만에 500개 넘는 사진이 인스타그램 상 공유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상무는 "주변의 SNS를 보고 찾는 이들이 늘면서 갈수록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 오전부터 줄 서는 '오픈 런'까지 벌어진다"고 설명했다.이날도 대학생부터 가족단위 방문객까지 줄을 서서 매장에 입장했다. 디자인 전공자인 진모씨(23)는 "타이포그래피(글씨 디자인), 소품 구성 등 여러 방면에서 디자인 전시보다 흥미롭다"고 했고, 40대 직장인 A씨는 "실사용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구매하러 왔다"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그로서리 스토어' 프로젝트는 지역 소셜라이징(Socializing) 즉 낙후지역을 사교의 장으로 부흥시키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청담동이 낙후 지역이라니? 김 상무는 "청담동은 과거 부촌에 힙 플레이스 이미지였지만 최근에는 임대 간판을 붙여놓은 골목이 많다. 이 매장을 열면서 젊은 세대가 이곳저곳 구경할 수 있는 촉발점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판매 중인 상품 100여개도 소셜라이징 관점에서 제작됐다. 이 상품들 기획은 고나현, 강수정 시몬스 디자인스튜디오 사업부 디렉터가 총괄했다. 강 디렉터는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슬로건을 앞세웠다"면서 "판매 중인 우유갑 쌀은 시몬스 본사가 있는 이천 특산물이다. 또 ESG경영 트렌드인 제로웨이스트 제품 대나무 칫솔과 야채백 등은 지역과 환경을 잇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중소기업과 협업도 있다. 지난해 해운대 매장에서는 부산기반 의류회사 '발란사'와 티셔츠를 협업했고, 청담 매장은 '전지현 허니버터아몬드'로 유명한 길림양행, 엠팝콘 등과 손잡아 제품을 기획했다. 고 디렉터는 "MZ세대 사랑을 받는 브랜드와 접점을 찾는 컬래버레이션을 청담 매장에서 계속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시몬스는 이 매장을 통해 미래 고객이 될 수 있는 MZ세대에 '쉼은 시몬스'를 각인하겠다는 포부다. 당장 구매력과 무관하게 젊은 층에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침대와 문화를 함께 만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지난해 기준 시몬스 직원 평균 나이는 34세다. 90년대생 기획자, 디자이너의 튀는 의견에 'NO' 하지 않고 장을 열어준 게 청담 매장 오픈 런까지 이어진 비결"이라고 했다.이 팝업 매장 폐점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상무는 "코로나19 위험성이 줄어들면 남녀노소 현장을 찾아 각자의 영감과 휴식을 찾아가시라"고 당부했다. 출처 : https://www.news1.kr/articles/?4605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