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모네 '수련'·책가도 공간 등 추천 어느 수집가가 모은 물건들 사람에게는 각기 다른 취향이 있다. 선호하는 예술품도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문화재는 싫어해도 현대 미술은 좋아할 수 있다.국립중앙박물관이 27일 언론에 공개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둘러보면 '이건희'라는 인물이 시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매우 다양한 자료를 모았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게 된다.특별전 전시품 중에는 자그마한 삼국시대 불상인 '금동보살삼존입상',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겸재 정선이 인왕산 풍경을 묘사한 '인왕제색도' 같은 명품 문화유산은 물론 청동기시대 민무늬토기, 삼국시대 둥근 고리자루 칼, 고려시대 범종처럼 집에 두고 감상하기에 어색한 유물도 있다.근현대 미술품도 마찬가지다. 추상미술 거장 김환기가 완성한 거대한 점화 '산울림', 이인성이 사실적으로 그린 회화 '노란 옷을 입은 여인', 박종배의 조각 작품 등 다채로운 구성을 자랑한다. '이건희 컬렉션'의 특징을 한두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수련이 있는 연못' 관람 295건 355점이나 되는 전시 출품작 가운데 대표작을 꼽는다면 클로드 모네가 1917∼1920년에 완성한 '수련이 있는 연못'을 빼놓을 수 없다.전시를 담당한 이애령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도 모네 그림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며 감상을 권했다. 작품의 중요성을 고려해서인지 제1부와 제2부를 잇는 비교적 넓은 공간에 그림 한 점만 걸었다.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전시 도록에서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이른바 '모네 부흥기'에 그려진 작품"이라며 "연못 주변의 풍경이나 일본식 다리 등에는 관심이 사라지고 오직 수련과 물 표면의 변화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이 부장은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도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했다. 모네 그림이 서양 인상주의 일면을 보여준다면, 모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김준근의 풍속화에는 당대 풍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사실성이 있다.'기산풍속도첩'에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며 마작을 즐기는 그림이 있다. 인물에 별다른 표정은 없지만, 복식이나 사물은 매우 정밀하게 표현됐다.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또 다른 자료로는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1814년에 쓴 '정효자전'과 '정부인전'이 있다. "가족의 애틋한 마음과 정약용 필치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도록은 소개했다.이어 이 부장은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품이 어울리도록 작품 배치에 신경을 썼다"며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곳을 귀띔해 줬다.일례가 19세기 '책가도' 병풍 옆에 책장과 유사한 진열장을 설치하고 아기자기한 수집품을 둔 공간이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책가도는 책장에 서책과 문방구, 골동품을 그려 넣은 그림이다.진열장에 놓인 물품은 산모양 연적, 장생무늬 필통, 망건통, 바둑알과 통, 백자 주전자 등 각양각색이다. 전시장 벽에는 "물건을 모은다는 것은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 1주년 기념전현대 화가 강요배가 그린 '홍매'와 분청사기 3점을 나란히 선보인 곳도 인상적이다. 강요배는 짙고 옅은 색채를 여러 번 덧칠해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는데, 붓으로 도자기 표면에 흙을 바른 분청사기 편병(앞뒷면이 평평한 도자기)과 묘하게 느낌이 비슷하다.18세기 백자 달항아리 옆에 김환기 회화 두 점을 배치한 공간도 있다. 김환기가 1950년대에 완성한 '작품'을 보면 달항아리와 동그란 보름달이 화폭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종류도 특성도 제작 맥락도 다양한 기증품을 선별하고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융합적인 전시를 열고자 지혜를 모았다"고 했다.전시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열린다. 관람권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하거나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20427141900005?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