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승

Dialogue with Silence

2023.4.7 - 22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작가의 작업은 그의 삶을 닮아 있는 책 같아요. 한 작가의 작업을 오랫동안 지켜보다 보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를 이해하고 존재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하며 우리 안에 있는 어떤 진실에 가 닿기도 하거든요. 아트비프로젝트의 4월은 여러분들과 함께 시간을 들여 읽어보고 싶은 황현승 작가의 현재 이야기로 채워볼까 합니다.


“결국, 그림들은 사랑의 상흔이다. 몸소 살았던 시간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고 비껴 말한다 해도 나날의 어둠과 빛은 나도 모르게 그림 위에 지문처럼 새겨져 있다.” - 황현승


이번 전시 < Dialogue with Silence > 에서는 황현승 작가의 최근 구상 작업과 새로운 추상 작업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신작을 선보이면서,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구상 작업의 갈무리와 추상 세계로의 첫 발걸음 그 시작을 보여드리고자 해요. 먼저 소개할 작가의 풍경은 최근 구상 작업들인데요, 우리가 아름다운 경관을 접할 때 쉽게 떠올리는 외관에 대한 즉각적인 감정보다는, 드물게 만나게 되는 정적과 사색의 순간, 내 안에 들어와 잔상을 남기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요. 빛과 어둠, 그 모호한 경계와 은유로 채워진 풍경은 보다 원숙하고 깊어진 작가의 현재를 보여주기에 충분하지요. 그리고, 작가가 오랫동안 염원하고 준비해온 추상 작업과의 첫 만남으로 에스키스 형식으로 시작되었던 500여 장의 종이 작업 중 일부를 소개할게요. 황현승의 추상은 마음의 모양이고 심리의 흐름이며, 느낌의 색깔이에요. 지난 구상 작업의 단순화나 어떤 특정 형상의 주관적 재현이 아니라 마음에 남은 흔적인 거죠. 그가 살아가는 시간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그 형태와 색, 느낌에서 작가 고유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걸 볼 수 있어요.


내면의 꺼지지 않는 빛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황현승 작가의 현재를 함께 하시며, 그의 단단한 시간을 아트비프로젝트와 함께 꾸준히 지켜보셨으면 해요. 작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만날 시간에서 분명히 우리 안에 있는 소중한 것에 그 빛이 와 닿는 경험을 하실 거니까요. 그리고 그건 삶의 구체적인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갈 우리 각자의 삶의 값진 일부일 테니까요.


이천이십삼년 사월 칠일, 삼청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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