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율

기억하다: 달콤 짭조름한 추억

2023.5.10-23

 [사소한 사물이 할 수 있는 사소하지 않은 일들]


  사물은 기억을 소환한다. 민율이 화폭 안에 새겨넣은 사물은 작가의 소소한 기억을 담고 있다. 사소한 사물을 통해 소환 된 작가의 기억은 사적이지만, 그 기억 속에는 작가가 삶을 계속 긍정할 수 있게 만드는 보편적인 가치들이 담겨 있다.

  민율이 사소한 사물을 꼼꼼한 붓질로 묘사하여 우리 앞에 제시하는 이유는, 그 사물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 소박하고 순수한 삶의 가치들을 우리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물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우리가 떠올린 사물들이 우리를 각자의 진실하고 따스했던 순간으로 이끌어 주기를 작가는 기대하고 있다.


  사소한 사물이 아득한 망각으로부터 끄집어낸 기억의 온기는 우리 마음 속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민율의 사물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커다란 소음으로 가득하고 때 묻은 삶 속에서 네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민율의 사물은 우리를 재촉한다. 삶의 대부분을 이루지만 여린 목소리를 지닌 탓에 쉽게 등한시되는 평범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너만의 사소한 사물을 통해 소환하라고.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사소한 사물의 기능’이다.

  사소한 사물이 불러일으키는 아름답고 고유한 기억에 내재된 힘은 우리의 시든 삶에 거듭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일종의 생명력이다. 작가는 기억 속에 잠재된 채 자생하고 있는 그 내적 생명력을 들풀의 이미지로 치환하여 사소한 사물 위에 심어 줌으로써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가시화시키고 있다. 때로 들풀이 딛고 있는 것은 작가가 유년에 맛보았던 '과자'인데, 그 과자가 생명을 키워내는 대지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은 사랑스러운 기억이 가진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새삼스럽게 마음 저편에서 길어 올려진 애정 어린 순간들은 과거의 일이지만, 우리가 그 기억 안에 담긴 생명력을 우리의 현재에 위치시킬 때 현재라는 시간의 봉오리는 꽃으로 피어난다.


  그림 앞에서 마음을 연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림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말에 응답하여 자신만의 대답을 들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민율의 그림을 마주하실 많은 분들의 마음마다 들풀 같이 소담하고 분명한 생기가 돋아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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